유럽연합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그린딜 정책이
전 세계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019년 12월 발표된 유럽 그린딜은 단순한 환경 정책을 넘어
경제 성장 전략이자 새로운 글로벌 경제 질서를 만들어가는 혁명적 변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녹색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2021-2027년 사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지역에 최소 1천억 유로를
투입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변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한국 기업들은 큰 기로에 서 있습니다.
유럽은 한국의 중요한 수출 시장이자 기술 협력 파트너로서,
그린딜 정책의 성공 여부는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제조업 중심의 한국 산업 구조상 환경 규제 강화는
도전 요소인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기회이기도 합니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2023년 2월 1일 '그린딜 산업계획'을 제안하며
넷제로산업법, 핵심원자재법, 대체연료인프라규정 등을 통해
친환경 산업 관련 규제환경을 개선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환경 규제가 아닌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포괄적 접근이며,
한국 기업들도 이에 맞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특히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과 같은 구체적 정책들이 본격 시행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유럽 진출 방식과 사업 전략에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케이뉴딜과 탄소중립 2050 정책을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기업 차원에서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응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유럽 그린딜의 핵심 내용과 추진 현황
유럽 그린딜은 2050년까지 유럽연합을
세계 최초의 기후 중립 대륙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겠다는 구체적인 중간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그린딜은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닌 경제 전반의 디지털화와
탈탄소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종합적 전략입니다.
핵심 정책 분야를 살펴보면 깨끗하고 저렴하며 안전한 에너지 공급,
지속 가능한 산업과 순환 경제 구축, 에너지 효율적인 건물 개조,
지속 가능한 교통 시스템 구축 등이 포함됩니다.
또한 생물다양성 보호와 오염 방지 정책도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공정한 전환 기금을 통해
기존 화석연료 의존 지역과 산업의 전환을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재정 지원 규모도 상당합니다.
유럽연합은 2021년부터 2027년까지 7년간 총 1조 유로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는 연간 EU 예산의 약 30%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입니다.
이 중 공정한 전환을 위한 기금만 1,500억 유로에 달하며,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에 의존하던 지역의 경제 전환을 지원합니다.
기술 혁신 분야에서는 수소 경제 구축이 핵심 과제로 설정되었습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 수소 1,000만 톤 생산과
1,000만 톤 수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수소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배터리, 태양광, 풍력 등 청정 기술 분야에서의 기술 주권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순환 경제 구축도 중요한 정책 방향입니다.
2030년까지 포장재의 재활용율을 85%까지 높이고,
플라스틱 재활용율을 55%까지 개선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제품 설계부터 폐기물 처리까지
전 과정에서 순환성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과 한국 기업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 지수는 2023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
100%, 2025년도에는 90%, 2026년도에는 70%, 2027년도에는 40%,
2028년 말까지 0%가 되는 단계적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CBAM은 유럽 그린딜의 핵심 정책 중 하나로,
탄소 누출 방지와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합니다.
현재 시멘트, 철강, 알루미늄,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에 우선 적용되고 있으며, 향후 적용 범위가 확대될 예정입니다.
한국 기업들에게 CBAM의 영향은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특히 철강 업계의 경우 포스코, 현대제철 등 주요 기업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은 한국 철강 제품의 중요한 수출 시장 중 하나로,
CBAM 적용 시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습니다.
CBAM의 적용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CBAM의 직간접적인 영향경로를 고려하면
사실상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CBAM의 영향을 받게 됨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공급망을 통해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석유화학 산업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등 주요 기업들은
이미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간에 유럽의 엄격한 기준을 맞추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자동차 부품 업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현대차, 기아 등 완성차 업체들이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부품 공급업체들도 저탄소 생산 체계 구축이 필수가 되었습니다.
특히 배터리 관련 부품의 경우 전체 공급망에서
탄소 발자국을 추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CBAM 대응을 위해서는 탄소 배출량 측정과 보고 시스템 구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아직 정확한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이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과 새로운 기회 창출
한국 기업들은 유럽 그린딜을 단순한 규제 강화로만 인식하지 말고
새로운 사업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특히 한국이 강점을 가진 기술 분야에서는 오히려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배터리 산업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은
이미 유럽에 대규모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현지 생산을 통해 CBAM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리튬인산철 배터리와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집중하여
유럽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수소 경제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 기술과 포스코의 그린 수소 생산 기술은
유럽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두산퓨얼셀, 효성중공업 등도 유럽의 수소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한국의 해상풍력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 유니슨 등은 대용량 풍력발전기 기술을 바탕으로
유럽 해상풍력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덴마크, 네덜란드 등과의 기술 협력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그린 솔루션도 새로운 기회 영역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 기반 에너지 효율 최적화 솔루션을 개발하여
유럽의 스마트 그리드와 스마트 빌딩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들도 클라우드 서비스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유럽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들을 위한 대응 전략도 중요합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CBAM 대응을 위해 탄소 배출량 측정 지원,
저탄소 기술 개발 자금 지원, 유럽 시장 진출 컨설팅 등
종합적인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을 통해
공급망 전체의 탄소 중립화를 추진하는 동반성장 모델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순환 경제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SK케미칼의 친환경 소재 기술,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재활용 섬유 기술 등은
유럽의 순환 경제 정책과 잘 부합하여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유럽 그린딜은 한국 기업들에게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는 이중적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CBAM과 같은 새로운 규제로 인한 비용 부담과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와 재생에너지 100% 사용 등
글로벌 탄소중립 규제가 강화되며 통상국가 한국의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친환경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이 강점을 가진 배터리, 수소, 반도체, 디지털 기술 등의 분야에서는
유럽 그린딜이 오히려 시장 확대의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학계가 함께 협력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기업의 친환경 전환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기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해야 합니다.
또한 유럽의 정책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유럽 그린딜을 단순한 규제가 아닌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환경과 경제가 대립하는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하는 관계임을 인식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혁신에 과감히 투자해야 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유럽 그린딜의 도전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다면,
이는 단순히 유럽 시장에서의 성공을 넘어
글로벌 친환경 시장에서의 리더십 확보로 이어질 것입니다.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 질서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과
혁신적 도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